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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알바 뺨맞고 쓰러지는데…'황당 규제'에 점주들 분노 [박한신의 커머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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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담배광고 보이면 벌금"


일주일 전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손님에게 마스크 착용을 요청했다가 뺨을 맞고 쓰러진 일이 있었습니다. 건장한 남성이 어린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갑자기 공격하고 유유히 사라지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그 바로 다음날, 바다 건너 대만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똑같은 상황이었습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손님에게 마스크 착용을 요구했다가 그만 살해당한 것입니다. 이런 비극적인 일이 일어날 만큼 야간 편의점은 안전한 곳만은 아닙니다.

지난 사건을 굳이 꺼내는 이유는 편의점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음에도 오히려 편의점 안전을 위협하는 '탁상행정'과 규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건복지부의 '편의점 담배 광고 규제' 얘깁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담배를 판매하는 편의점 내부 카운터에는 담배회사들이 가맹점주들에게 월 20만원 가량을 내고 부착하는 광고가 붙어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이 광고판을 문제 삼았습니다. 이 광고판이 밖에서 지나가는 불특정다수에게 보이면 흡연률을 높일 수 있으니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점주에게 부과하겠다는 겁니다.

근거는 국민건강증진법입니다. 이 법 조항에 따르면 담배 광고는 영업소 내에서만 가능하고 때문에 광고 내용이 외부에서 보이면 안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보건복지부도 이 법조항을 들이댄 적은 없었습니다. 실효성이 있느냐는 지적에 사실상 사문화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올해 7월부터 이 법조항을 되살리며 편의점 단속에 나섰습니다. 그러자 편의점 창문에 불투명 시트지를 붙인 점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담배광고판이 밖에서 보이지 않도록 말이죠.


편의점 업계와 가맹점주, 아르바이트생들은 모두 반발하고 있습니다. 우선 "어느 누가 밖에서 지나가다가 편의점 담배광고판을 보고 이제부터 담배 피워야겠다"고 생각하느냐는 겁니다. 전형적인 과잉규제라는 얘기죠. 여기에 야간의 편의점 안전 이슈도 제기됩니다. 밖에서 편의점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건 범죄 억제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담배광고 보이지 않게 하려고 안전을 포기하란 거냐는 항변입니다.

같은 정부 조직이지만 경찰청은 이 같은 보건복지부 규제에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치안을 담당하는 조직과의 '엇박자'는 복지부 규제가 안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입니다. 환히 밝혀진 편의점은 외부의 사건사고를 감시하는 역할도 합니다. 그러나 내부에서 외부로 향하는 시선도 가로막힐 상황이니 경찰청의 반대도 이해가 갑니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대안을 내놓았는데, 점주들은 여기에 더욱 분노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얘기한 대안이란 것이 △통행로를 등지도록 담배광고물 위치 조정 및 재배치 △청소년·성인의 시선 높이를 고려한 반투명 시트지 부착 △편의점 내부 담배광고물에 가림막 설치 △그래도 외부 노출이 차단되지 않을 경우 담배광고물 제거 등의 조치입니다.

가맹점주들은 헛웃음이 나온다고 합니다. "통행로를 등지도록 담배광고물을 바꾸려면 점포 시설과 전체 구조를 바꿔야 하는데 비용은 누가 대느냐" "내부에서 광고판 가림막을 설치하라는 건 담배회사보고 광고를 하지 말라는 것" "결국 담배광고를 철거, 제거하라는 얘기"라는 것이지요.

마스크를 써달라고 했던 아르바이트생이 살해당하자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편의점 야간 근로자 안전을 정부와 업계가 과학기술과 야간순찰 등을 동원해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보호'는 커녕 편의주의적 발상에 의한 규제로 안전을 오히려 위협하고 있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2.01.20(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