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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비싼 우유 먹는 한국인"…우윳값 놓고 벌어진 설전 [강진규의 농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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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소비자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우유를 먹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싼 가격에 우유를 사먹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김천주 한국여성소비자연합회장)

"일부 홈쇼핑에서 1ℓ짜리 수입 멸균우유가 1180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살균우유도 수입이 가능해지는 상황이 오는데 시장원리가 작동되지 않고 있는 낙농산업과 유가공산업이 지속가능할지 의문입니다."(조성형 매일유업 부사장)

"낙농제도는 정부와 생산자, 수요자의 합의를 통해 만들어지는 게 전통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정부가 중재자 역할을 포기하고 산업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지 않습니다. 낙농산업발전위원회가 산업발전을 위한 것인지 저해를 위한 것인지 의문입니다."(이승호 낙농육우협회장)

지난 25일 오후 정부세종컨벤션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낙농산업발전위원회 1차 회의에서는 소비자와 유가공업체, 원유 생산자들의 날선 발언이 쏟아졌다. 정부가 원유가격 연동제를 개편해 수요 측면의 변수를 반영하기 위한 작업을 추진하는 방침을 밝힌 것에 대해 각 주체별 발언이 쏟아지면서 회의는 당초 계획한 2시간을 훌쩍 넘겨 진행됐다.
제도 개선해 우유 가격 경쟁력 높여야한다는 정부
위원장을 맡은 박영범 농식품부 차관은 모두 발언에서 “그동안 낙농은 타 산업 대비 안정적인 산업으로 인식돼왔으나 산업을 둘러싼 여건이 변하고 있다”며 “낙농이 변화 없이 위축되는 방향으로 갈 것인지, 변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거듭날 것인지 선택하고 결정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 주도의 중장기 산업발전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범수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지난 20년간 낙농가수와 사육두수는 감소한 반면, 원유가격인상과 젖소의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음용유 과잉 상황에서도 농가의 소득은 증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산 원유의 경쟁력은 점차 하락했다는 게 박 국장의 설명이다. 박 국장은 "국내 원유가격의 인상 폭이 72.2%로, 일본 33.8%, 유럽 19.6%, 미국 11.8% 등 주요국에 비해 높았다"며 "이 기간 유제품 소비가 46.7% 증가했지만 수입량이 272.7% 증가했고, 국내 원유 생산은 오히려 10.7% 감소하여 자급률이 29.2%p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같은 점을 감안해 낙농가의 소득안정을 도모하되 시장상황을 반영하는 가격결정과 거래체계를 도입하고, 수요에 부합하는 생산구조로 전환하는 동시에 낙농가 생산비 절감 대책을 마련하고, R&D를 확대하고 정부재정 지원 등을 개편하는 방향의 산업발전 방안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김태경 기획재정부 민생경제정책관은 “기재부도 낙농산업 발전방안 마련에 협력하고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겠다”며 "합리적인 물가관리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희종 낙농진흥회장은 “지금 어려움이 있지만, 개선하지 않는다면 미래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어 중장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 소비자 세계에서 가장 비싼 우유 먹고 있어"
소비자단체들은 우유 가격을 낮추기 위한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김천주 한국여성소비자연합회장은 “우리나라 소비자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우유를 먹고 있다. 어떻게 하면 기초식품인 우유의 가격을 개선할 것인지 고민하고 개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홍연금 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본부장은 “시장수요가 반영되지 않고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기를 바란다”라며 "우유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유 가공 회사들은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창범 한국유가공협회장은 연내에 중장기 산업발전 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이 회장은 “이제는 정부가 결론을 내릴 시점”이라며 “비대칭적 제도로 인해 대부분 유업체의 영업이익이 적자 상태로 우유를 팔아도 수익이 나지 않아 투자가 불가능하다. 왜 유업체가 팔리지도 않는 원유를 사야 하느냐?”라고 반문했다.

조성형 매일유업 부사장은 “일부 홈쇼핑에서 수입산 멸균유가 1180원/ℓ에 판매되고 있다"며 "국내 원유가격은 시장원리가 작동하지 않는데, 과연 낙농과 유가공산업이 지속가능 하겠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조 부사장은 “내부에서 싸울 것이 아니라 서로 협력해 외국에 있는 경쟁자와 경쟁하기 위해 제도를 개선하고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승언 남양유업 상무는 “원가 경쟁력이 낮아, 소비자에게 경쟁력 있는 제품을 공급하기 곤란하다”며 “위축되는 백색우유 시장마저 해외 제품으로 바뀔 수 있어, 정부에서 경쟁력 있는 우유가격을 만들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자급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주장 일방적…제도 개선 신중해야
생산자단체는 이같은 정부와 수요자 단체들의 주장에 강력히 반발했다. 이승호 낙농육우협회장은 “낙농제도는 그동안 정부, 생산자, 수요자 합의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 전통이었는데, 지금은 정부가 중재자 역할을 포기하고 산업 현장과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 회장은 “낙농산업 발전 위원회가 산업발전을 위한 것인지, 저해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맹광렬 전국낙농관련조합장협의회장은 “소통이 매우 중요하지만, 최근의 상황을 보면 소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조급한 제도 도입은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문진섭 서울우유 조합장은 “연동제는 괜찮은 제도이지만, 문제가 있다면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서서히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조재철 농협경제지주 상무는 “낙농 문제를 식량안보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경용 당진낙농축협 조합장은 “지난 20년간 생산량이 줄어든 것에 대해 반성하고 고민이 필요하며, 낙농가의 경쟁력을 높여 소비자가 낮은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1차 위원회에서 언급된 내용을 실무 추진단에서 심도 있게 논의하고 진전사항을 정리해 조만간 제2차 낙농산업 발전 위원회를 열기로했다. 가격구조 개편 등을 포함한 발전방안 초안을 10월까지 마련하고, 의견을 수렴해 12월께 최종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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