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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 접경도시를 가다) ② 중국인의 삶을 바꾼 고속철, 북한의 변화도 '길'의 개방에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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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휘 정치부 기자) ‘길’은 교류의 핵심이다. 로마가도는 거대 로마제국의 기초였고, 실크로드는 동서양 문물 교류의 필수였다. 유럽연합의 탄생을 가능케 한 최대 동력으로 혹자는 저가항공의 발달을 꼽기도 한다. 길은 사람과 물자라는 ‘실체’ 뿐만 아니라 사상과 예술 등 ‘비실체’까지 이동시켜준다. 어쩌면 보이지 않는 것들의 이동이 길의 핵심일 지도 모른다.

자본주의는 길의 소통적 측면을 중시한다. 프로테스탄티즘으로 똘똘 무창한 19세기 영국의 개척주의자들이 지도에 없는 길을 만들며 아프카니스탄의 오지까지 탐험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물론, 교류는 제국주의 침략을 가장(假裝)하기 위한 가장 좋은 수단이었다. 이에 비해 공산·사회주의는 길을 오로지 침략의 도구로만 바라본다. 소련이 시베리아횡단철도에 수많은 생명을 희생해가며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것은 오로지 극동을 제국의 휘하에 두려는 야심 때문이었다. 불순한 사상과 이념이 길을 통해 옮겨질 기미가 보이면 그들은 가차없이 길을 끊고, 바리케이드를 쳤다.

러시아의는 사회주의에서 ‘길’이 어떤 의미를 갖는 지를 대표적으로 보여줬다. 훈춘에서 러시아 세관을 지나 크라스키노라는 첫번째 접경마을로 들어서기까지는 ‘스릴’과 ‘공포’를 체험해야한다. 왕복 2차선 도로 곳곳은 움푹 패인 수많은 구멍들로 가득하다. 어떤 구멍은 워낙 넓고 깊어 작은 승용차가 그 위를 지나갔다간 액션 영화의 한 장면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최신식 2층 ‘국제버스’는 도로를 메운 죽음의 ‘홀’을 피하느라 중앙선을 넘나드는 건 예사고, 도로 옆으로 난 흙길 주행도 마다하지 않는다. 곡예와 같은 도로 경험을 러시안들에게 들려주면 그들은 대수롭지 않은 듯 이렇게 말한다. “그게 사회주의적 방어 전술”이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중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만족의 나라 청(靑)이 중국의 강역을 역사상 최대한으로 넓혀 놓자 이를 물려받은 중국 공산당은 이민족의 이탈을 억제하는데 국가자원의 상당량을 투입했다. 이민족 자치구와 타국의 교류를 최대한 막기 위해 그들을 고립시키는데 주력했기에 ‘길’은 최소한으로만 허용됐다. 이랬던 중국이 최근 10년 사이 바뀌고 있다. 베이징을 기점으로 중국의 동서남북 변방까지 뻗어있는 고속철은 중국식 사회주의가 길에 대한 전략을 바꾸고 있음을 상징한다. 그들의 제국주의적 자신감의 발로라고나 할까, 한족을 최대한 이민족 자치구에 밀어넣음으로써 중화가 가능하다는 발상은 길에 대한 접근도 변화시켰다.

선양에서 시작해 단둥을 거쳐 연길, 훈춘, 크라스키노, 자루비노,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이번 북방경제 ‘루트’를 9일 간의 일정으로 소화할 수 있던 것도 순전히 중국의 고속철 덕분이었다. 베이징에서 훈춘까지 꼬박 이틀을 잡아야 갈 수 있던 길이 이젠 10시간 가량이면 충분하다. 중국은 훈춘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도 고속철을 놓을 태세다. 러시아가 중국의 ‘속도’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터라 어찌될 지 확언할 수는 없지만 훈춘 국제버스터미널에서 만난 총경리는 “올해 안에 고속철 건설을 착공하기로 중국 정부가 발표했다”고 말했다.

중국 고속철을 타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고속철 수준은 KTX를 능가했다. 2등석 자리임에도 좌석 간격이 꽤 넓다. 고속철 터미널은 중국답게 늘 인산인해다. 특이한 건 터미널마다 안마의자들이 깔려 있다는 점이다. 훈춘 국제버스터미널에도 안마의자가 구비돼 있었다. 심양에서 단둥으로 가는 고속철은 약 1시간 20분 정도를 달린다. 요동을 관통해서 가는 길인데 중국에선 드물게 여러개의 터널을 지나서 가야 한다. 나중에 단둥에서 연길까지 약 5시간 가량을 북쪽으로 올라가면서 안 사실이지만 중국의 고속철을 타고 가면서 터널을 지나치는 일은 거의 없다.

중국은 단둥까지 연결된 고속철을 평양까지 연결시키고 싶어한다. 이미 단둥역과 평양까지는 열차가 수시로 드나는다. 단둥역에서 오전 10시10분께 출발한 열차는 신의주에서 세관 검사를 마치고, 평양까지 달린다. 속도라고 해봐야 시속 40㎞가 고작이어서 평양에 도착하면 오후 5시가 족히 넘는다. 중국은 이 길을 최신식 고속철이 다니는 길로 바꾸고 싶어하지만 북한은 아직까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신압록강대교를 건설해놓고도 중국의 열차가 여전히 낡은 압록강철교를 이용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사회주의적 지연전략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북한은 러시아보다 한 수 위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돈이 없어 인프라를 건설할 능력이 없는 북한 탓이 크지만 김정은 체제에 있어 ‘길’은 단순히 돈의 집적 그 이상이다. 어쩌면 북한의 개혁개방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최고의 바로미터는 그들 스스로 길을 개방하는 순간이 아닐까. (끝) /
donghuip@hankyung.com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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