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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전 공사가 본 북한이 종전선언에 집착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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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현 정치부 기자)북한이 종전선언의 조기 이행을 촉구하며 우리 정부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5일 “종전선언과 관련한 문제해결에 장애가 조성되고 있다”며 “이것은 남조선당국이 강건너 불보듯 할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청와대는 남·북·미 3자간 종전선언에서 중국까지 참여하는 4자 종전선언의 가능성도 열어놨습니다.

종전선언은 ‘전쟁이 끝났다’는 선언입니다. 남북한은 현재 전쟁을 멈춘 정전 상태입니다. 남북 정상은 지난 4월27일 판문점 선언에서 올해 안에 종전선언을 하기로 합의했는데요. 종전선언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종전선언으로 북한이 원하는 평화협정 체결과 미·북 수교가 곧바로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유엔 제재가 풀리거나 미군 철수가 자동적으로 이뤄지는 것도 아닙니다. 선언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종전선언은 일종의 정치적인 행위입니다.

하지만 정상국가인 한국과 미국이 국제 사회에 북한과의 전쟁이 끝났다고 선언하는 것은 정치적 행위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남북이 판문점 선언에서 종전선언 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 전환하기로 합의한 것을 고려하면 종전선언은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특히 미국에 ‘약속을 지키라’고 압박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전쟁이 끝났다고 선언했으니 미군도 한반도에서 철수하라는 요구도 가능해집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는 북한 내부 요인에 주목했습니다. 최근 한국경제신문 기자들과 만난 태 전 공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 인민들과 강경파의 불만을 잠재울 수단으로 종전선언을 활용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종전선언은 북한 내에서 미·북 정상회담까지 했는데 경제 제재는 풀리지 않는다는 불만과 핵을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를 모두 불식할 수 있습니다. 종전선언이 이뤄지면 경제가 곧 좋아질 것이란 기대가 생기게 되는 것과 동시에 핵을 (아직) 포기하지 않았는데 한국과 미국이 전쟁은 끝났다고 선언하는 상황이 돼버리는 겁니다.

태 전 공사는 이는 지도자를 신격화해야 하는 북한 체제와 맞물려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종전선언이 ‘김정은이 해냈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카드라는 것이죠. 태 전 공사가 북한이 노동당 창건기념일인 9월9일에 앞서 종전선언을 추진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북한 최대 기념일인 9·9절에 맞춰 종전선언이 이뤄진다면 김정은의 통치 정당성도 강화될 것이란 예상입니다. (끝) /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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