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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BP) 학교에서 새로운 이론을 배우거나 회사에서 보고서를 작성해야 할 때, 우리는 모두 창의를 원한다. 하지만 누구나 원하는 결과를 얻지는 못한다. 독창적이거나 완전히 새로운 생각을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카이스트 윤태성 교수는 신작《답을 찾는 생각법》에서 이 물음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 창의적인 생각을 위해서는 궁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궁리란 무엇일까. 궁리는 일상적으로 쓰는 단어는 아니지만 실제로는 누구나 궁리를 하고 있다. 궁리란 사물의 이치를 따지거나 마음속으로 깊이 생각하는 행동이다. 즉 뭔가를 쉽게 판단할 수 없는 경우 이리저리 따져보고 짚어보고 비교해보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궁리는 누구나 흔히 하는 행동임에 틀림없다.

궁리를 하다 보면 창의가 나올 때가 있다. 완전히 새로운 생각뿐만 아니라 이미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도 새롭게 해석하거나 새로운 연결고리를 찾아낸다면 이 또한 창의다. 창의는 궁리에서 얻는 결과다. 하지만 궁리한다고 해서 누구나 새롭게 해석하거나 새로운 발견을 하지는 못한다. 한 가지 창의를 얻기 위해서는 수백, 수천 가지 궁리를 해야 한다.

어떻게 창의를 얻는가 하는 문제는 어떻게 궁리해야 하는가의 문제와 같다. 궁리를 제대로 해야만 창의가 나온다. 저자는 창의를 쉽게 얻기는 어렵지만 제대로 궁리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창의를 구한다면 먼저 궁리를 해야 하고 궁리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이 책은 어떻게 하면 제대로 궁리할 수 있을지 다룬다. 궁리야말로 이 세상의 수많은 문제의 답을 찾는 해법이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생각한다고 해서 다 궁리한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음식을 주문하거나 건널목에서 길을 건널 때 우리는 생각을 하지만 궁리한다고 하지는 않는다. 생각이 깊지도 않을뿐더러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깊이 생각했는데도 불구하고 생각한 결과를 구체적인 형태로 나타낼 수 없다면 이 역시 제대로 된 궁리가 아니다. 궁리한 결과는 말이나 글과 같은 구체적인 형태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요컨대 궁리한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3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첫째, 내 머리로 생각해야 한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맹목적으로 모방하는 행동은 궁리가 아니다. 둘째, 정답보다 방향을 중시한다. 셋째, 질보다 양을 우선해서 끈기 있게 생각해야 한다. 이처럼 궁리하고 그 결과 창의를 얻는 과정은 컴퍼스로 원을 그리는 과정에 비유할 수 있다.

바늘을 종이에 꽂는 행동은 첫 번째 조건이다. 바늘을 꽂아 원의 중심을 정하는 행동은 내가 주체가 되어 나의 머리로 생각한다는 의미다. 여러 가지 색연필을 바꿔 끼우는 행동은 두 번째 조건이다. 한 가지 연필만 고집하지 않고 여러 가지 색연필을 사용함으로써 다양한 질감을 느낄 수 있다. 원을 수없이 많이 그려보는 행동은 세 번째 조건이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사물의 이치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궁리의 양은 원의 면적에 비유할 수 있다. 반지름이 커지면 원의 면적도 커진다. 즉 내가 제대로 궁리하면 할수록 궁리의 양은 급격히 늘어난다. 궁리가 커질수록 내가 아는 세상도 커진다. 이렇게 컴퍼스로 수없이 많은 원을 그리다 보면 어느 날 우연히 전혀 본 적이 없던 원을 그릴 때가 있다. 바로 궁리를 통해 창의를 얻는 순간이다. 이렇게 궁리하는 과정을 책에서는 ‘생각 컴퍼스’로 지칭한다.

소프트뱅크 창업자 손정의는 대학생 때 발명에 몰두했다. 발명을 해서 특허를 취득하고 이 특허를 팔아 창업 자금을 마련할 생각이었다. 발명이 모두 특허로 등록되는 것은 아니므로 우선은 발명의 양을 늘려야 했다. 그래서 매일 하루에 한 건씩 발명하기로 했다. 처음 얼마 동안은 매일 한 건씩 할 수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더 이상 발명할 거리가 없어졌다.

어떻게 하면 기계적으로 발명할 수 있을까? 손정의는 자신만의 생각법을 고안해냈다. 이것과 저것을 합쳐서 새로운 기능을 만들어 조합하는 방식이었다. 이 방식을 적용한 결과 그는 1년 동안 발명을 250개나 할 수 있었다. 그중 하나의 특허와 그 시제품을 샤프에 팔아서 10억 원이 넘는 돈을 벌었다. 이를 발판으로 창업을 했고 오늘에 이르렀다.

손정의식 생각법은 이미 잘 알고 있는 요소들을 새롭게 조합해서 새로운 생각을 만드는 것이다. 기존의 요소들을 새롭게 조합하려면 각 요소 간의 관련을 찾아내야 한다. 각각의 생각은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고 분리된 조각에 불과해 보인다. 그렇지만 모든 생각은 일련의 흐름이 있다. 이처럼 다른 생각들을 서로 관련지으려는 습관은 새로운 생각을 하는 데 도움이 되며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

생각과 생각 사이의 관련을 찾는 법은 훈련으로 익힐 수 있다. 두 가지 생각 사이에 접속사나 부사를 끼워 넣고 이어준다. 순접이나 역접 등의 구조로 앞뒤 맥락을 전환하는 것이다. 생각을 접속해서 논리력을 키우는 훈련 중에 ‘페르미 추정’이 있다. 페르미 추정은 예컨대 ‘전 세계에 깨진 유리창은 몇 개일까?’와 같은 문제에서 사용한다. 여기서는 답보다 어떤 가설을 세우고 어떻게 근사치를 찾아가는지가 중요하다.

이처럼 접속과 연결은 생각의 논리력을 키우는 중요한 훈련 방법이다. 결과물보다는 과정에 의미를 두고 매일 꾸준히 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 머리로 생각하고, 정답보다 방향을 추구하며, 생각의 질보다 양을 중시하는 사람은 궁리를 통해야만 비로소 창의를 얻을 수 있다는 노하우를 체득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야말로 내 생각각의 주인이 되어 이 세상의 수많은 문제에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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