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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상징하는 단어가 사라졌다"...그리고 보수진영은 영토를 통째로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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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 중소기업부 부장) “그들을 상징하는 단어들이 사라지고 있다."

2010년, 2011년께라고 한다. 여론조사를 하는 사람들은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수십년간 한국의 보수를 상징하는 단어들이 국민들의 머릿속에서 지워지고 있는 현상. 그 단어는 성장, 산업화, 경제발전 등이다. 이를 통칭하면 ‘능력’이었다. 더 이상 한국인들은 보수와 능력이라는 단어를 연결시키지 않게 됐다.

그래도 기대는 있었다. '문재인 은행에 돈을 맡길 것이냐, 박근혜 은행에 돈을 맡길 것이냐’는 질문지가 날아온 것은 2012년말이다. 대통령선거에서 사람들은 박근혜 은행을 택했다. 안전에 대한 기대였다. 하지만 이는 얼마 가지 않아 허상이었음이 드러났다.

능력을 상실한 보수. 이들에게 남은 기대는 없었다.

이를 확인시켜준 결정적 사건은 지난 4월27일 터졌다. 남북정상회담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통해 한 가지 편견을 깼다. “진보는 외교적으로 무능력하다”라는 편견을. 보수진영의 많은 사람들은 어쩌면 남북관계, 북미관계가 진전되지 않기를 기대했는지 모른다. 능력이라는 마법의 지팡이를 잃은 보수가 기댈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 북한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런 보수진영의 기대를 저버렸다. 미국과 북한을 설득한 끝에 미국이 인정한 첫번째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사람들은 물었다. “진보가 어떻게 저렇게 외교를 잘할 수 있냐”고. 두번째 테스트도 통과했다.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하겠다고 발표하자, 다시 구원투수로 나서 회담을 살려냈다.

선거결과는 자명했다. 능력을 잃은 보수, 가장 취약한 약점을 장점으로 돌려버린 문재인 정부.

국민들의 마음은 한곳을 향했다. 여기서 한국인들이 갖고 있는 실용성이란 단면을 본다. 작가 탁석산은 말한다. “한국인들은 현세주의를 갖고 있다. 현재의 세상이 전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신앙은 모두 기복신앙이고, 그들은 실용주의를 삶의 노선으로 택하고 있다.”

실용적인 한국인들은 한곳으로 표를 몰아줬다. 자신의 가치를 잃은 보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진보 중 선택은 자명했다.

궁금증이 생긴다. 어떤 과정을 통해 보수는 자신의 능력을 잃었을까. 가장 핵심은 자신의 영역, 그중 인재의 영토를 스스로 줄여버린 것이다.

이헌재, 변양균, 김석동 등 경제부처의 내로라하는 관료들이 처음부터 진보의 편에 섰을까. 전혀 아니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보수적일수 밖에 없는 삶을 살았다. 나라의 살림을 돌보는 경제관료의 속성은 경제시스템의 변화를 거부하는 것이다. 그래서 보수적이다. 하지만 보수정부는 이들을 돌려세웠다.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한국 보수정치의 새로운 얼굴들(물론 지금은 중고상품 비슷하게 됐지만)인 유승민, 안철수, 원희룡 등을 다른 진영으로 보내버렸다. 스스로를 위축시키는 보수진영의 작업은 사회 곳곳에서 10년간 진행됐다.

그들이 능력을 상실한 원인에 대해서는 대략 세 가지가 떠오른다.

우선 다양성에 대한 거부다. 과거 ‘진박 감별사’ 논란에서 보듯 조금만 달라도 밀어냈다. 능력의 담지자들은 하나 하나 짐을 쌌다. 두번째는 과도한 이데올로기다. ‘이념적’이란 단어의 뒷면은 실용성에 대한 거부다. 오래된 반공 이데올로기란 무기가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진보와의 전쟁에 필요한 새로운 무기를 만들지 않았다. 과거의 성공에 집착했다고 할까. 때만 되면 죽은 노무현 끌여들이기에 집착했다. 어느날부터 통하지 않는 것을 마법으로 알았다.

마지막은 건전한 비판적 지지세력도 만들지 못했다. 보수를 비판하고, 길을 안내해야 할 우호세력들은 이슈가 터지면 자신의 편을 감싸기에 바빴다. 대신 반대편을 공격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보수정당은 자정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아군이 감싸주는 품은 멸절로 가는 유혹이었다.

반면 진보진영은 원래 서로를 공격하는데 익숙하다. 수 틀리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신의 편을 공격한다. 그 과정에서 10년간 단련된 문재인은 능력으로 이번 선거를 치렀다.

이번 선거에서 얻은 나름의 생각을 정리하면 이렇다. 비즈니스에서 발생한 유사한 사례는 다음 기회에 소개할까 한다.

1. 자신의 가치를 잃는 순간 대중들은 더 이상이 당신의 편에 서 있지 않을 것이다.

2. 상대방의 가치(문재인에게는 외교, 박근혜에게는 복지)를 차지했을 때 더 큰 이득을 누린다.

3. 자신의 편이 떠나는 것은 위기의 신호다.

4. 수에즈 운하를 성공적으로 만든 사람이 똑같은 방식으로 파나마 운하를 만들었다. 처절한 실패로 끝났다.

5. 바티칸은 성인을 추대할때 악마의 변호사를 둔다. 철저한 검증을 위한 절차다.

6. 더불어민주당도 이 법칙에서 예외는 아니다. 2년후 그들도 같은 처지가 될수 있다. 이미 징후는 나타나고 있다.

(끝) /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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