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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패배자 된 내포신도시 발전소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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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영 경제부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내포그린에너지의 고형폐기물연료(SRF) 열병합발전소 공사계획을 조건부로 승인했습니다. 내포 열병합발전소 건설은 충남 내포신도시에 열을 공급하고 전력을 생산하는 집단에너지 사업입니다. 민간 사업자인 내포그린에너지가 50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예산군 삽교읍에 SRF 시설 1기, 액화천연가스(LNG) 시설 5기를 건설 중이었죠.

다른 지역 주민들에게는 간단한 내용처럼 보여도, 여기에는 꽤 복잡한 사정이 숨어 있습니다. 두 당사자인 사업자와 주민의 주장에 모두 일리가 있어서지요.

내포신도시 주민들은 SRF발전소 건립을 결사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SRF를 사용하는 발전소는 쓰레기 소각장이나 다름없다”는 주장이죠. 충청남도도 지난해 말부터 정부와 사업자에게 “SRF는 정부의 친환경에너지 전환 기조에 맞지 않는 만큼 청정연료로 바꿔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SRF 발전소가 비닐 등 폐기물을 태워 전기와 열을 생산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주민들의 반대도 무리는 아닙니다.

업체 측은 “허가를 내줄 땐 언제고 지금 와서 손실을 강요하느냐”며 불만을 터뜨립니다. 이 주장도 일리가 있습니다. 발전소 공사 허가가 난 건 지난 2010년입니다. 내포그린에너지는 이미 7년간 배관 설치비와 발전소 건설비 등으로 400억원을 지출했죠. 업체가 추산한 직간접 손실비용(매몰비용)은 2700억원에 달합니다. 환경영향평가도 기준치보다 훨씬 좋은 성적으로 통과했습니다. 하지만 주민 반대로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발전소 공사는 지난해 11월부터 7개월째 멈춰서 버렸습니다.

어떻게 이 같은 난감한 상황이 벌어졌을까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오락가락하는 에너지 정책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녹색 성장’ 구호를 내건 이명박 정부 시절엔 SRF를 권장했습니다. 폐비닐을 단순 소각하는 데서 나아가 에너지로 재활용하자는 주장이 그럴듯 했습니다. 폐비닐은 끝없이 나오니 원료 공급도 안정적이고 값도 쌌습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엔 가정 폐비닐뿐 아니라 사업장 폐비닐, 폐타이어, 폐목재까지 SRF로 인정해줬습니다. SRF는 신재생에너지로 분류돼 여러 혜택도 받았습니다. SRF 관련 산업이 덩달아 급성장한 배경이죠. 2008년 51개에 불과했던 SRF 제조업체는 2016년 246개로 늘었습니다. SRF 생산량도 같은 기간 30배 이상 늘었구요.

그런데 2014년부터 SRF에 대한 기류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고형 연료에 대한 환경 기준이 대폭 강화됐죠. 가정보다 사업장에서 나오는 비닐을 태울 때 훨씬 유해물질이 많이 나온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다음에는 규제가 더욱 강화됐습니다. 작년 9월엔 대도시에서 SRF를 사용할 수 없게 됐습니다. 소규모 보일러에서도 SRF를 쓰지 못하게 했고요. 대기 배출 기준 역시 강화했습니다. 미세먼지 문제에 전 국민적인 관심이 쏠리기 시작하면서 SRF발전소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은 더욱 커졌습니다. 나주 SRF발전소는 지난해 5월 완공됐지만 주민 반대로 1년째 가동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역난방공사가 2000억원을 들여 지은 곳이죠.

산업부도 난감했을 겁니다. 사업자에게 무턱대고 손실을 강요할 수도, 주민들의 말을 마냥 무시할 수도 없어서지요. 산업부는 SRF 시설을 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LNG발전소로 바꿔 지으라는 절충안을 제시했습니다.

당장 사업자가 펄쩍 뛰었습니다. 갑자기 비싼 LNG를 연료로 사용하면 적자가 불보듯 뻔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해당 SRF발전소는 애초에 조건을 맞춰 지은 시설이라 산업부가 반려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허가를 내주면 지역 주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겠죠. 협의가 평행선을 달리다 보니 허가는 차일피일 미뤄졌습니다. 급기야 사업자는 산업부를 상대로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제기했습니다. 6월 1일까지 승인 여부를 결정하라는 게 행심위가 지난 4월 26일 내린 결정이었죠.

산업부는 결국 이날 공사계획을 조건부로 승인했습니다. 규정을 어길 수는 없으니 마지 못해 내린 결정이었죠. 보도자료에서 “공사계획 신청 내용이 ‘집단에너지사업법 제22조’의 승인기준을 만족하기 때문에, 중앙 행정심판위원회의 재결에 따라 승인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언급할 정도로요. 승인을 낼 수밖에 없었다고 애써 설명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중요한 건 승인 앞에 붙은 ‘조건부’라는 말입니다. ‘상업운전 개시 전에 주민과 합의하라’는 내용이 들어있거든요. 결국 결정을 미뤘을 뿐 바뀐 건 아무 것도 없는 셈입니다. 사업자가 주민들이 만족할만한 보상을 흔쾌히 지불하려 할까요? 주민들이 과연 보상을 받는다고 발전소 계획을 찬성하는 입장으로 돌아설까요?

업계 관계자들은 결국 SRF발전소가 LNG발전소로 전환될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비용은 이용자가 감당해야 할 겁니다. 산업부도 이 지역에 한해 사업자가 받는 요금을 다른 지역보다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네요.

결국 모두가 억울한 피해를 보게 됐습니다. 손해를 감수해야 했던 발전소, 비용을 감당해야 할 주민, 지난 정부가 추진했던 사업의 책임을 뒤집어 쓴 산업부까지요.

정권에 따라 일관성 없이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면 안된다는 교훈 정도가 이번 일로 얻은 유일한 소득이겠죠. 앞으로는 비슷한 일이 없어야 할텐데요. (끝) /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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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신문 - 2018.10.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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