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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보다 실리? 한·일 통화스와프 두고 달라진 한은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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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경제부 기자) 외교 갈등으로 끊겼던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포문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열었습니다. 이 총재는 이달 초 필리핀 마닐라에서 기자들을 만나 “일본과 통화스와프 재개를 위해 노력할 것이며 앞으로 논의가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한·일 통화스와프를 둘러싼 기존 입장에서 약간의 변화가 감지된 것이라는 게 시장 참여자들의 해석입니다. 한은은 유독 한·일 통화스와프에서만은 더욱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견지해왔습니다. 국민 정서와 직결돼 있는 탓이죠.

한국과 일본은 2001년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뒤 꾸준히 갱신했습니다. 하지만 2015년 2월 연장 없이 계약이 끝나고 말았습니다. 독도 문제 등 외교 갈등이 불거지면서입니다.

한국과 일본은 2016년 8월 재개 협상을 시작하기로 선언했지만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 건립을 이유로 일본이 협상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그 뒤 논의 자체가 끊겨버렸습니다. 일본의 일방적인 행동 탓에 중단된 만큼 한국이 먼저 재개 언급을 하는 건 일종의 ‘자존심’ 문제가 있다는 여론이 많았습니다.

한은도 이런 분위기를 알기에 한·일 통화스와프가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날 이 총재는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 때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논란이 한창이었지만, 정치적 논의를 배제했다”며 “중앙은행이 경제 협력 차원에서 접근하자는 것이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고 그렇게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치·외교적 시각에만 한정되지 않고 경제적 시각에서 통화스와프에 접근할 수 있다는 의중을 내비친 겁니다. 물론 정확한 시점이나 구체적인 논의 시기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지만 최근 달라진 동북아시아 정세를 감안해 기존과는 변화된 기류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경제 전문가들도 이 같은 움직임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체면 보다 실리를 좀 더 따지는 모습이 감지됐다는 겁니다.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 때문에 신흥국 통화 가치가 급락하고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등 국내외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평가의 배경입니다.

통화스와프는 서로 다른 통화를 미리 약정된 환율에 따라 교환할 수 있는 협정입니다. 일종의 국가간 ‘마이너스 통장’ 계약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위기 때 ‘외화 안전판’ 역할을 하게 되죠. 한국의 외화유동성 상황은 나쁘지 않습니다. 4000억 달러에 육박하는 외환을 갖고 있는 데다 아직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도 양호하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상 상황에 대비한 안전 장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법입니다.

한 경제학 교수는 “주요 선진국들이 긴축적인 통화정책으로 이동하고 있어 미리 다각도로 준비를 하는 게 나쁘지 않다”며 “통화스와프를 과거처럼 양국의 교역 촉진이나 외교적으로만 접근할 게 아니라 금융안정 등 경제적인 목적에 무게 중심을 두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 총재의 발언에 동의하는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이 총재의 발언이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 간담회에서 “주요국과 통화스와프는 원론적으로 한국 경제의 대외 신인도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겁니다. 일본과 통화스와프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드러낸 겁니다.

물론 쉽지 만은 않습니다. 일본의 경우 통화스와프 업무의 주도권을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아닌 재무성이 쥐고 있습니다. 여전히 우리 정부 내에서도 ‘굳이 일본과 통화스와프가 필요한가’라는 의구심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합니다. 남북한 정상회담 이후 이어진 한·일 정상회담 등이 감정 싸움에 끊겼던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겠습니다.(끝) /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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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신문 - 2018.10.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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