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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기 위해 힘을 빼야 하는 항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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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 한경 머니 기자)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나 역량.’ 힘의 사전적 정의다. 그런데 최근 이 힘을 좀 줄이고 살아보라는 메시지가 사회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심지어 힘을 좀 덜 써야 새로운 능력이 구현된다는 주장도 적잖이 나온다. 어떻게 된 일일까.

2015년 화제가 된 광고가 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지금도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지만, 더욱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광고 문구다. 당시 이 광고가 정확히 어떤 광고였는지는 몰라도 지금까지도 이 문구가 대중의 뇌리에 또렷이 박힌 데에는 ‘피로사회’,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탈진 상태)’ 등 사회적 병리현상에 기인할 터다.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이후 60여 년 동안 압축적인 성장을 했지만, 지나친 경쟁 사회가 낳은 피로와 정신적인 공허감에 신음하고 있다.

청년들은 ‘헬조선’을 부르짖고, 중장년의 우울증과 자살률은 수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최상위를 웃돈다. 그래서일까. 그동안 ‘부자가 되기 위한 방법’, ‘성공한 삶의 조건’ 등을 앞세웠던 덧셈식 자기계발서 대신 최근 몇 년 새 ‘멈춤’, ‘힘 빼기’, ‘비움’ 등 뺄셈식 힘 빼기 인생론이 서점가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요즘 서점가의 베스트셀러 책들 중 상당수가 자신에게 중요한 것에 집중하기 위해 포기할 건 포기하고, 하찮은 것들엔 신경을 끄자고 말하는 서적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대표적인 책이 지난해 화제가 됐던 카피라이터 김하나의 <힘 빼기의 기술>(시공사)이다.

책에서 작가는 ‘힘을 빼고 살라’고 직언하지는 않는다. 또한 <힘 빼기의 기술>이라는 제목과 달리, 책은 힘 빼는 기술도 딱히 적혀 있지 않다. 그럼에도 독자들은 이 책을 읽는 시간 동안 긴장이 풀리고 편안해짐을 느낀다. 힘을 쭉 빼고 쓴 듯한 작가의 담백한 이야기가 마치 자신의 얘기처럼 공감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가령 이런 대목이다.

“사람들은 힘들어하는 이에게 응원의 뜻을 담아 ‘힘내라!’라고 말한다. 물론 좋은 마음에서지만 차라리 ‘힘 빼라!’라고 말해주는 게 나을 때도 있다. 안전망은 부실하고 사람들의 힘을 쥐어짜내어 굴려가는 이 폭력적인 나라에서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만 해도 힘에 부치는데 또 힘을 내라니. 도대체 언제까지? 물속에서 수영하다 온몸에 힘이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에게는 ‘힘내라!’라고 하면 안 된다. 그때는 힘을 더 소모하지 말고 온몸에서 힘을 빼 둥둥 떠 있어야 한다. 계속 힘을 내려다간 결국 가라앉는다. 힘이 부치는 사람에겐 힘내라고 하기보단 손을 내밀어 나의 힘을 보태고 우리의 힘을 합칠 일이다.”
<힘 빼기의 기술> 중에서

작가의 말처럼 살다 보면 힘을 빼고 행동할 때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만화 <슬램덩크>에서 주인공 강백호가 “왼손은 거들 뿐”이라고 말한 것처럼 농구에서 슛을 쏠 때 어깨나 손에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선 안 되고, 골프 스윙 시에도 몸에 최대한 힘을 뺄수록 공이 더 멀리 정확한 궤적을 찾아갈 수 있다.

비단 스포츠뿐일까.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상대에게 다가가려고 잔뜩 언행에 힘을 주면 자칫 ‘비호감’이 되기 일쑤고, 모두에게 착한 사람이 되고자 매사 ‘참고, 견디는데’ 힘을 쓰다 보면 정작 속병을 앓는 사람은 본인이다. 일을 할 때도 너무 애를 쓰는 사람보다 어쩐지 설렁설렁 일하는 사람들의 결과물이 좋은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럼에도 우리는 매사 바짝 긴장하고 살아가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박한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이렇게 진단했다.
“행복보다는 ‘생존’이 삶의 목표가 돼 버린 현대인에게 자기계발이나 처세에 관련된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풍토가 만연한 세상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쟁 일변도의 문화에 대한 대중적 피로감도 상당하죠. 철학자 에릭 포퍼는 ‘끊임없이 행동하려는 성향은 내면의 불균형을 나타내는 징후’라고 했습니다. 분주한 일상을 통해서 내면의 공허함을 보상하려는 삶의 방식에 대한 반성이 ‘힘 빼기’나 ‘느리게 살기’ 등 대안적 삶의 방식으로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민혜영 카시오페아 출판사 대표도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사람들 마음속에 ‘오늘의 희생이 미래의 희망을 반드시 담보해줄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며 “이뤄지지 않을 꿈을 꾸느니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으면서 자기 자신을 보는 계기가 생기는 것 같다. 지금의 나 자신으로도 충분히 풍요롭고 충실한 삶을 원하는 사람들의 바람만큼 관련 서적의 인기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시작은 편안한 명상부터
30년 넘게 중소기업을 이끌어 온 김상중(62) 씨는 지난해 자율신경실조증 및 공황장애 판단을 받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매사 완벽을 기하고, 가족과 지인들의 안위를 살펴온 그의 인생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긴장의 연속이었다. 이제 김 씨의 소원은 하루의 단 몇 시간이라도 힘들이지 않고 잠을 자는 것이라고 한다. 비단 이런 사례가 김 씨만의 일은 아닐 터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힘을 빼고 살아갈 수 있을까.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반드시 공통점이 있다. 그가 갖고 있는 재능의 바탕에는 반드시 좋은 의미의 둔감력이 있다는 것이다.” <둔감력> 중에서

<실락원>으로 유명한 일본 작가 와타나베 준이치는 그의 저서 <둔감력>을 내세워 힘을 좀 빼라고 조언한다. 그가 말하는 둔감력은 소위 둔하거나 미련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갖가지 변화에 잘 대응하고 어떤 환경, 어떤 사람들과도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적응력을 말한다. 항상 좋은 사람, 좋은 환경을 만날 수는 없기 때문에 둔감력은 대개 나쁜 상황에서 빛을 발한다.

힘든 역경 속에서도 행복지수를 유지시켜주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긍정적인 힘을 키워주는 것이다. 둔감력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가장 쉬운 방법은 하루에 단 5분씩이라도 명상을 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명상과 관련이 있는 요가나 태극권도 안성맞춤이다.

배윤정 요가 강사는 “일상에서 우리는 늘 긴장(힘을 주는 것)에 익숙하다. 일을 할 때, 몸을 움직일 때, 뭔가에 집중해야 할 때, 심지어 누군가와 이야기를 할 때도 힘을 주고 있다”며 “그 상태가 지속되면 쉬어야 하는 순간에도 쉬지 못하는 상태로 이어진다. 요가는 이렇게 단단해진 몸에 움직임을 만들어주는데 몸의 움직임은 마음의 유연함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요가의 아사나(동작)나 명상을 통해 지금 내가 얼마나 ‘불필요하게’ 힘을 주고 있는지 본인의 상태를 체크하면서 움직임이 시작된다”며 “일상에서 힘을 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흔들고, 털어주고, 두들기거나 주무르는 등 한 상태로 있기보다 꾸준히 움직이거나 명상을 통해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회구조적 인식의 변화도 필요해 보인다. 팽창 경제 시대에 통용되던 과도한 분열적 경쟁의 문화가 무엇보다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한선 전문의는 “예전에는 경쟁을 통해서 자원을 집중해 구성원 모두가 이익을 얻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어느 하나가 이기면 어느 하나가 지는 구조”라며 “즉, 과거에는 ‘보다 나은 삶’을 위해 힘을 꽉 주고 살았다면, 이제는 ‘밑바닥으로 추락하지 않기’ 위해 ‘힘을 꽉 주고 살아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교통질서는 여전히 어지러운데 혼자만 힘을 빼고 길을 건너면 큰 사고를 당할 수밖에 없듯이, 신호등만 보고 건너도 안심할 수 있다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개인적 차원의 힘 빼기는 ‘조금 힘을 빼도 안전하다는’ 강력한 사회적 신뢰에서만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끝) / (출처 한경머니 제154호)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uff.ly/2t798KW 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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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신문 - 2018.12.12(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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