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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으로 확인하는 내 비밀스런 의료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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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흔 한경비즈니스 기자) #1. 워킹 맘인 A는 감기에 걸린 아들과 함께 새로 이사 온 동네의 소아과를 방문했다. A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의 휴대전화에서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한다. 일종의 ‘디지털 개인 의료 정보 지갑’과 같은 역할을 하는 앱이다. 이곳에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모든 진료 과목이 저장돼 있다. 뱃속에 있을 때의 초음파 사진, 막 태어났을 때의 머리 둘레, 그동안 예방접종 기록이나 아이가 언제 어느 병원을 방문했는지, 어떤 처방을 받았는지 등 모든 정보가 총망라돼 있다.

블록체인 의료 정보 플랫폼인 ‘메디블록’이 올 하반기 정식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인 서비스다. 흔히 블록체인을 통해 가장 큰 혁신이 일어날 분야로 ‘의료 산업’을 꼽는다. 의료 정보는 공공적인 성격을 띠면서도 한편으론 매우 개인적인 정보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는 환자의 의료 정보를 각각의 병원에서 책임지고 관리를 도맡아 왔다. 문제는 그래서 생겨나는 비효율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중복 진료가 대표적이다. 지난번 진료를 받았던 병원에서 진행했던 검사를 새로 방문한 병원에서 다시 진행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만약 다시 검사를 진행하지 않으려면 지난번 병원에서 진료 기록을 떼어와 새로 방문한 병원에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이 기다린다. 어느 쪽이건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메디블록이 블록체인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불편함’이다. 메디블록은 두 명의 의사가 의기투합해 2017년 4월 창업했다.

◆흩어진 의료 정보를 '한 곳'에서 확인

메디블록의 공동 창업자인 고우균?이은솔 대표는 서울과학고 동창이다. 고 대표는 삼성전자 엔지니어로 일하다 치과의사가 됐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프로그래밍에 푹 빠져 있던 이 대표는 한양대 의대를 졸업하고 영상의학과 전문의이자 의료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로 일해 왔다. 두 사람 모두 의료 분야와 정보기술(IT) 분야의 전문 지식을 모두 갖춘 셈이다. 관련 업계에서 메디블록을 주목하는 이유다.

사실 최근에는 각각의 병원마다 개별적인 앱을 통해 환자들의 개인 의료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곳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 같은 시스템에서는 환자가 특정 병원에서 받은 진료 기록을 개별적으로 모아 두는 것은 가능해도 여러 병원의 진료 기록을 통합 관리하는 것은 어려웠다. 더욱이 개별 병원의 진료 기록을 외부로 전달한다는 것은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보안’이 중요한 의료 정보의 특성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두 사람이 찾은 해결책이 바로 ‘블록체인’이었다. 블록체인의 특징 중 하나는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들이 거래 기록을 나눠 갖고 있게 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환자 A가 자신의 진료 기록을 블록체인에 저장한다면 이 의료 기록을 기록하고 전달받은 모두가 그 기록을 ‘검증’해 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바로 이를 통해 거래 내역의 ‘신뢰성’을 확보한다. 거래 내역을 조작하기 위해서는 거래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거래 내역을 동시에 위조해야 하는 만큼 거래 내역을 위조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것이다.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인정받아 메디블록은 최근 국내 의료 기관들과 적극적으로 협약을 체결 중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의료 기관인 오라클의원과 업무 협약을 맺은 데 이어 올해 1월 18일에는 경희대 치과병원과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단지 시작일 뿐이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의료 정보 플랫폼이 활성화된다면 이를 바탕으로 더욱 다양한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가 그 대표적인 예다. 이를테면 메디블록 플랫폼에 모아진 특정인의 의료 기록을 바탕으로 웨어러블 기기 등과 연동해 이 사람의 일상생활 중 이뤄지는 건강 정보를 분석하고 조언해 주는 서비스가 가능하다. 말하자면 개인 맞춤형 인공지능 의료 정보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이 밖에 지금은 흩어져 있기 때문에 활용하기 어려운 의료 데이터를 ‘한데 모아둠으로써’ 얼마든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의료 정보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사회?경제적 생태계가 탄생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의료 정보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메디블록은 세계 최초로 의료 정보에 특화된 가상화폐인 ‘메디토큰’을 개발하고 지난해 11월 가상화폐공개(ICO)를 실시하기도 했다.

메디토큰의 가장 큰 특징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달리 거래 내역을 제외한 개인 정보가 암호화돼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병원에서 작성하는 진료 기록과 스마트워치 등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헬스 기기가 생성하는 건강 관련 정보를 병원이나 기업이 아니라 개인만 열람할 수 있는 블록체인에 저장하겠다는 것이다.

이 메디토큰은 메디블록을 활용해 환자의 의료 정보를 생성하는 의료인에게 ‘보상’의 형태로 주어진다. 물론 메디토큰은 외부 거래소를 통해 다른 가상화폐나 신용화폐로도 교환할 수 있다.

◆ 이은솔 메디블록 대표
“의료 정보 생태계, 한국이 글로벌 시장 주도할 기회가 왔다.”

메디블록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많은 주목을 받는 회사다. 의료 산업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려는 시도가 활발하지만 대부분이 IT 전문가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에 비해 메디블록은 실제로 의료업계를 아는 ‘의사’들이 서비스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은솔 메디블록 대표를 만났다.

-블록체인을 의료 정보 서비스에 접목하는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메디블록은 기본적으로 의료와 IT를 접목한 서비스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추구하는 서비스는 B2B2C(기업과 기업과 소비자 간 전자상거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병원 등에서도 블록체인 자체가 ‘신뢰를 담보해 주는 기술’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 때문에 이런 기술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이들도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서비스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이런 서비스가 상용화된 적이 없다. 검증이 덜 된 상태인 것이다. 현재는 우리뿐만 아니라 병원 등과 함께 서비스를 하나하나 검증해 나가고 있는 단계다. 의료 정보를 다루는 서비스인 만큼 가능하면 보수적으로 검증해 나갈 예정이다.”

-아직은 일상생활에서 블록체인으로 인한 혁신을 느끼기 어렵다.

“맞다. 메디블록이 얘기하는 서비스 또한 실제로 소비자들이 체험해 보지 않으면 잘 모르는 부분이다. 보다 냉정하게 얘기하면 소비자들은 이 플랫폼이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지, 아니면 다른 기술을 이용하는지 알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에게 그만큼 ‘편리하고 획기적인’ 서비스를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자체가 전 세계적으로 워낙 초기 단계여서 아직은 소비자들이 체감할 만한 서비스가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여러 곳에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어느 순간이 되면 실질적인 서비스가 봇물 터지듯이 등장할 것이다. 어느 순간 모두가 모바일로 쇼핑을 하고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듯 바뀔 것이다. 특히 의료 분야는 굉장히 직접적으로 소비자들이 서비스를 체감할 수 있는 분야다. 메디블록이 바로 그 역할을 하고 싶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블록체인에 의료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얼마나 활발한가.

“미국과 영국 등 많은 곳에서 활발하게 시도 중이지만 실질적으로 이런 서비스를 구체화한 곳은 메디블록이 유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미국 시장만 하더라도 의료 시스템이 워낙 복잡한데다 보험사들의 힘이 굉장히 강력하다. 보험사를 중심으로 굉장히 중앙화된 서비스가 잘 갖춰져 있다. 시스템이 ‘덜 복잡하거나 오히려 없을 때’ 혁신이 일어나기 쉬운데, 한국과 아시아 시장이 그렇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혁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IT나 전문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지금 한국이 그 접점에 자리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IT 산업은 실리콘밸리가 매우 강력한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점 때문에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 분야만큼은 한국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한다.” (끝) / vivajh@hankyung.com (출처 한경비즈니스 제11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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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신문 - 2018.08.18(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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